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며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신경계를 자극하여 구역질을 유발하며, 과음할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과음 후 토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간혹 토를 해야 속이 편해지고, 술에서 빨리 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억지로 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구토를 통해 알코올을 배출해내면 술에서 빨리 깨는 걸까?
정답은 ‘아니오’다. 대한소화기학회에 따르면 알코올은 위에서 10%만 흡수되고, 나머지 90% 정도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액체성분은 30분 정도면 소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토를 통해 배출할 수 있는 알코올양은 극히 소량이다. 즉, 구토는 술에서 빨리 깨는 데 별로 효과가 없다.더 큰 문제는 음주 후 구토가 위?식도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음주 후 구토를 하면 이미 술로 인해 예민해져 있는 위?식도에 위산이 역류하며 한 번 더 큰 자극을 준다. 그 결과, 역류성 식도염이나 역류성 인후두염 등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점막이 찢어져 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구토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위 점막이 손상된 상태라면 알코올에 의한 자극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게다가 과음과 구토의 악순환을 거듭하면 토혈 증상이 나타나는 ‘말로리-바이스 증후군(mallory-weiss syndrome)’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말로리-바이스 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음주로 인한 반복성 구토’로 심한 구역, 구토, 그리고 위산 역류로 인해 위, 식도 점막이 파열되고, 혈관이 손상되며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말로리-바이스 증후군은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드물게는 식도 천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과도한 음주로 정신을 잃었을 때 구토가 나온다면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역류한 음식물과 위산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기도를 막아 호흡을 방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주 후 구토는 술을 깨는 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질환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구토를 유발하는 과음을 삼가고, 특히 억지로 토를 하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혹, 어쩔 수 없는 이유 음주 후 구토를 했다면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음주 후 구토를 했다면, 탈수의 위험이 있으므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단, 찬물은 위의 소화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로 마시는 것이 좋다. 해장 또한 중요하다. 숙취 해소로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약해진 위?식도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대신 숙취 해소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 하이닥 영양상담 송미현 영양사는 숙취 해소에 좋은 음식으로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을 꼽았다. 또, 하이닥 영양상담 임채연 영양사는 꿀물을 추천했다. "술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때 꿀을 섭취하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알코올 분해를 돕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채연 영양사의 설명이다.도움말 = 하이닥 영양상담 송미현 (영양사), 하이닥 영양상담 임채연 (영양사)